보호색-깃갈이
계절에 따라 극단적으로 몸색이 변하는 뇌조의 깃갈이는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은폐색’인데 일반적으로 ‘보호색’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조류는 보통 1년에 2번 깃갈이를 하지만 뇌조의 경우에는 깃갈이를 3번 합니다.
순백색의 몸깃은 봄이 되면 수컷의 경우 흑갈색으로, 암컷의 경우에는 황갈색으로 변합니다. 수컷은 개체에 따라 이른 개체는 2월 하순부터 몸깃 길이가 짧은 부분과 머리, 목, 가슴 등에 검은 깃털이 표면으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5월 하순 경에는 여름깃이라 불리는 번식기 깃털로 깃갈이를 하게 됩니다. 한편 암컷의 깃갈이는 이른 개체는 4월 하순에 시작해 1개월 정도 단기간에 깃갈이를 마칩니다. 이 계절의 깃갈이는 몸깃과 날개덮깃이라 불리는 날개 일부가 새로 납니다.
7월 중순에 새끼 뇌조가 둥지를 떠나게 되면서 영역이 소멸되면 암컷은 일반 새로 말하면 겨울깃으로 깃갈이를 시작합니다. 수컷은 이에 비하면 늦는 편인데 8월 하순에서 9월에 걸쳐 깃갈이를 시작합니다. 이는 번식활동과 깃갈이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새끼를 키우는 암컷이 번식활동과 깃갈이를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는 날개의 날개깃이나 꽁지깃 등 전신의 깃털을 깃갈이하게 되는데 암수 모두 암갈색으로 변해 성별을 구별하기가 어려워질 정도로 비슷한 깃색을 띄게 됩니다.
번식에 실패한 수컷은 암컷과 같은 시기에 깃갈이를 시작합니다. 이 때문에 7월에서 8월 초순에 수컷의 날개깃(암수에 따라 크기가 확연히 다름)이 떨어져 있다면 그 주변에 번식에 실패한 수컷이 서식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10월 중순 경에는 독특한 3번째 깃갈이가 시작됩니다.
하쓰칸세쓰(初冠雪; 여름이 지난 뒤 산 정상에 처음으로 눈이 쌓이는 시기)라 불리는 계절에 걸맞게 암갈색 날개깃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등 쪽에 하얀 날개깃이 두드러지기 시작합니다. 털색이 얼룩덜룩한 기간에 참을성 있게 뇌조를 관찰해 보면 바람에 암갈색 날개깃이 솟아올라 빠지는 순간을 포착할 수도 있습니다. 11월 중순에는 대부분의 개체가 하얀 깃털옷으로 갈아입고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끝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