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생활
알펜루트가 폐쇄되면 다테야마에는 정적이 찾아옵니다. 그곳은 한정된 생물만이 살아가는 세계입니다. 무로도다이라의 적설량은 많을 때는 8m, 장소에 따라서는 ‘눈의 대협곡’처럼 20m에 달하는 곳도 있는데, 뇌조는 그 곳에서 생활합니다. 겨울철 다테야마는 서쪽에서 불어오는 계절풍이 탁월하여, 바람을 정면으로 받는 경사면에서는 거의 적설을 관측할 수 없는 장소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적은 수지만 식물이 얼굴을 내밀고 있어 뇌조에게는 귀중한 먹이의 장이 됩니다.
눈보라가 그치고 아침 4시가 넘자 여기저기에서 ‘까악까악’하는 울음소리가 들려 옵니다. 뇌조는 칠흙같은 어둠 속 눈 위를 걸어 먹이의 장으로 올라옵니다. 무로도다이라의 먹이의 장에는 시로미(암고란 혹은 조이), 아오노쓰가자쿠라(진달래과 가솔송목), 월귤나무와 같은 키작은 상록수의 잎이 머리를 내밀고 있습니다. 표면은 딱딱하게 얼어붙어 있기 때문에 뇌조는 튼튼한 부리와 발톱을 이용해 그것들을 파헤칩니다. 아침 섭식은 속도가 빨라 1분 동안 잎을 수십 번 쪼아 먹습니다. 8시가 넘으면 먹이를 배불리 먹었기 때문인지 움직임이 느긋해지는데, 햇볕이 들어 기온이 0도를 웃도는 따뜻한 날에는 마치 양지 바른 곳에서 햇볕을 쪼이듯이, 휴식에 들어가 잠을 자기 시작합니다.
겨울철에는 하루동안 섭식과 휴식을 교대로 반복하면서 지냅니다. 저녁 6시가 넘으면 보금자리로 돌아가는데 개 중에는 8시 무렵까지 활동하는 개체도 있습니다.
이 무로도다이라의 먹이의 장에는 많은 날에는 30개체 정도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거의 수컷입니다. 암컷이 여기에서 관찰되는 것은 3월 하순으로 무로도다이라에 서식하는 많은 개체는 아오모리토도마쓰(오시라비소, 소나무과 전나무속) 수림대 및 사스래나무가 있는 쇼묘협곡 등에서 겨울을 보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겨울철 보금자리는 계곡의 급경사면의 눈 속에서 대부분이 서풍을 직접 받지 않는 북향이나 동향의 경사면입니다. 흔히 ‘설혈(雪穴)’이라고 부르는 보금자리 흔적에는 40~60개 정도의 배설물이 남아 있는데, 그 배설물 수에 따라 대략적인 체재기간을 추정합니다.
또한 배설물 덩어리가 이중 삼중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밤중에 눈이 쌓이면서 답답함을 느낀 탓인지 스멀스멀 움직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이 찾지 않는 5개월 동안 다테야마는 뇌조의 성지가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본래 고산의 모습, 야생의 세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