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 형성
새의 영역은 다양한데 몇 가지 형태로 분류됩니다. 뇌조의 경우, 교미, 둥지 만들기, 섭식이 모두 영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타입으로 번식기간 동안 영역이 유지됩니다. 지금까지 영역의 영유에 관해서는 봄철 집단 속에서 ‘수컷 간에 서로 쪼아대며 꼬리를 쫓는 공격을 함으로써 서열이 확정되며 강한 개체 순으로 조건이 좋은 장소를 확보한다.’라는 설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무로도다이라의 뇌조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개체를 식별 관찰한 결과, 개체 간 강하고 약한 관계는 있으나 직선적인 서열성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봄철 집단의 경우, 쌍 형성 및 영역 형성을 못 하는 외톨이 수컷이라 불리는 개체가 영역수컷을 공격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관찰됩니다. 또한 영역의 위치도 개체의 소멸(사망), 일부 고령 개체의 예를 제외하면 대부분 동일한 쌍이 지난해와 같은 장소에 영역을 형성합니다. 영역의 크기는 다테야마 뇌조의 경우 2~3ha인데, 눈이 녹으면서 축소되어 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영역의 방어행동은 수컷 간에 두드러지는데 때로는 암컷 간에도 때로는 서로를 격렬하게 쪼아대거나 덤벼드는 행동이 관찰됩니다.
수컷은 눈 앞의 볏을 부풀리면서 꽁지깃을 부채모양으로 세우고 양 날개를 질질 끌며 머리를 숙여 암컷에게 접근하는 구애행동을 취합니다. 그러나 구애행동이 반드시 교미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교미는 5월 하순에서 6월 초순에 많이 볼 수 있는데 아무런 전초적인 행동도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뇌조류는 기본적으로 일부다처성을 띄지만, 그 중에서 뇌조는 기본적으로 일부일처혼을 취합니다. 그러나 다테야마에서는 일부이처혼의 사례를 여러 번 확인한 바 있습니다.
한편 외톨이 수컷은 영역수컷에 의해 소외되지만 어느샌가 돌아와 어딘가의 영역 내에서 조용히 행동합니다. 때로는 한 곳의 영역 내에 3~4개체의 외톨이 수컷이 소집단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톨이 수컷은 영역수컷의 빈틈을 틈타 때때로 암컷에게 교미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본 사례로는 암컷은 그저 웅크리고 있을 뿐, 짝과 교미할 때처럼 꽁지깃을 곧추세워 상대를 받아들이는 모습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